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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하는 애인을 둔 당신이 지켜애할 매너
킹스맨 | 2018.06.20 | 조회 548

자취방에 연인을 데려오고 나서 느낄 수 있는, 묘하게 설레는 그 기분. 느껴 본 사람은 그 감정을 잘 알 거다. 신혼부부라도 된 것처럼 알콩달콩 꽁냥꽁냥 지내는 재미 말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당신 생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무렵, 아주 가-끔씩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아, 괜히 집을 오픈했나…”

 

고충 1. 혼자 있을 시간이 없다

 

그 혹은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긴 하나, 단칸방에서 누군가의 시선을 계속 의식해야 하는 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이건 꼭 상대가 애인이라서 불편한 걸까? 아냐, 누군들 안 불편할까. 매일 세 평 짜리 방에서 온종일 나 아닌 다른 사람과 지낸다고 생각해 봐라. 숨이 턱턱 막힐걸?

 

그렇다고 “오늘은 혼자 있고 싶어”라는 말을 하자니 상대방이 서운해 할 게 뻔하다. 그래서 가끔은 ‘혼자 있게 내버려 둬’라는 뜻을 담아 “오늘은 아파서 힘들다”고 둘러댔더니 이번엔 애인이 간호해 준다며 찾아온다. 게다가 기타 생리현상(?)을 해결하는(흔히들 뭐를 ‘튼다’고 하는) 것도 상당한 고충이다. 오래 사귀지 않은 커플의 경우 생리현상을 위해 한 명을 집 밖으로 내쫓기도(?) 한다고…

 

자취하는 애인을 둔 당신에게 필요한 에티켓 #1

 

상대가 원하지 않을 때도 매일 상대방의 시간을 뺏고 있는 건 아닌지 잘 생각해 보자. 매일같이 찾아가 하루 종일 머무르는 건 상대에게 꽤 피곤한 일일지도 모른다.

 

 

고충 2. 자취방이 여관방이 된다

 

애인에게 자취방을 오픈하고 나면, 어느 순간부터 애인은 상대의 자취방을 마치 제집처럼 드나들기 시작한다. 함께 집에 드나들 때야 그렇다 치지만, 문제는 애인이 예고 없이 찾아올 때다. 종종 그들은 이걸 ‘서프라이즈 방문!’이라며 마치 무슨 이벤트처럼 생각하곤 하는데, 뜻밖의 재앙이다. 그러지 마라.

 

아침 일찍, 혹은 밤늦게 들이닥칠 때 특히 곤란하다. 눈곱 끼고 입가에 침이 마른 부스스한 상태로 애인을 마주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 “안 씻어도 귀여워”라는 말은 정말 그 어떤, 아무런 위안도 안 되고 안 기쁘다. 그나마 아침은 양반이지, 한창 꿈나라에 빠진 새벽에 만취해서 차 끊겼다고 벨 좀 누르지 마라. 당신 애인 자취방은 모텔이 아니니까.

 

자취하는 애인을 둔 당신에게 필요한 에티켓 #2

 

집 비밀번호까지 공유하고 있는 사이라 해도 애초에 자취방은 사적인 공간이다. 당신의 애인이 “언제든 찾아와도 좋아”라고 당신에게 얘기한 적이 있었는지 잘 생각해 보자. 애초에 예고 없이 남의 집에 들이닥치는 건 불법 주거 침입이나 다름없다. 서로 사생활은 지켜주는 게 매너 아닐까.

 

 

고충 3. 신비감이 깨진다

 

대학생 L양은 어느 주말 오후, 집에서 드러누워 있는 낯선 남자 때문에 가슴이 철렁했다고 한다. 바지와 양말은 아무렇게나 벗어 두고, 방금까지 찬장에 있던 과자와 노트북을 낀 채 TV를 보며 낄낄대는 그 모습은 그녀가 평소 알던 남자친구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연애 감정이 오래가려면 서로에 대한 신비감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자취방을 오픈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지만,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연애의 달달한 환상을 파괴하지 않는 선. 하지만 그 선을 어째서인지 자취방에 놀러 온 애인이 먼저 넘어버린다고. 한창 달달해야 할 시기에 결혼 20년 차 권태기 주부가 된 기분이라니!

 

자취하는 애인을 둔 당신에게 필요한 에티켓 #3

 

애인 앞에서 각 잡고 있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애초에 남의 집에서 반라 상태 혹은 너저분한 모습으로 있는 건 매너가 아니다. 신비감이고 나발이고 적어도 당신에게 애정을 못 느낄 정도로 풀린 모습은 안 보이는 게 낫다.

 

 

고충 4. 외출을 안 하려고 한다

 

집에서 놀면 좋은 점이 많다. 데이트 비용을 아낄 수도 있고, 돌아다니느라 피곤하지도 않고. 눈치 안 보고 애정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이득이다. 특히 애인 자취방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마 그건 자기 집이 아니라서가 아닐까.

 

집에서 밥 해 먹고 뒹굴뒹굴하고, 알콩달콩 좋다 이거야. 하지만 자취하는 애인이라고 자기 집 안에만 있고 싶은 건 아니다. 나들이 가기 좋은 화창한 날에도 자취하는 애인 집에 눌러앉아 콧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애인 자취방에 놀러 가는 일도 엄연한 ‘외출’이니까. 하지만 자취러들에게 이 생활은 그냥 방콕일 뿐이다.

 

자취하는 애인을 둔 당신에게 필요한 에티켓 #4

 

물론 더워서 혹은 추워서 자취러 애인 역시 외출을 꺼릴 때도 있다. 하지만 만약 그가 오늘만큼은 외출하고 싶다 어필한다면 좀 나가서 놀자. 만약 그래도 집에서 뒹굴대며 쉬고 싶다면 너네 집 가서 쉬어라.

 

고충 5. 주기적으로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다

 

작은 방에서 놀 거리가 얼마나 있냐 싶겠지만, 생각보다 자취방에서 할 수 있는 게 많다. 맛있는 걸 요리해 먹을 수도 있고, 늘어지게 누워서 TV를 볼 수도 있다.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웬만한 활동은 전부 할 수 있다. 블루마블이나 보드게임도 할 수 있고, 프라모델 조립도 가능하다.

 

그런데 하다 보면 흔적이 남고, 정리할 게 많다는 게 문제다. 게다가 집 안에서 늘어져 있다 보면 뭔가를 하고 나서 즉각 뒷정리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맞잖아) 최대한 어지럽힐 수 있을 만큼 어질러 둔 뒤,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떠오르면 그제야 정리를 한다. 그리고 문득 자기 혼자 남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취러는 절망한다. 쌓인 설거짓거리, 뒤집어진 침대 시트, 바닥에 흘린 과자 부스러기… 태풍이라도 왔다 간 걸까?

 

자취하는 애인을 둔 당신에게 필요한 에티켓 #5

 

혼자 살아도 집 정리가 쉽지 않은데, 단기 식솔이 하나 더 늘어나면 집은 훨씬 빨리 어질러진다. 애인 집에 머물러 있다 갈 거면, 당연히 뒷정리는 함께 하는 게 매너다.

 

고충 6. 생활비가 두 배로 든다

 

‘비용 문제’는 자취하는 사람들이 애인에게 말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자취방에서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면 기초 생필품 소모량도 두 배가 된다. 찬장에 쌓아 둔 롤 휴지와 크리넥스, 배고플 때마다 끓여 먹는 라면과 햇반 이 모든 것들이 평소보다 두 배 빨리 사라진다. 애초에 혼자 있을 땐 잘 안 해 먹고 쟁여두는 사람들도 많아서 체감상 세 배 이상 빠르게 사라지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가끔 특별한 날엔 “집에서 맛있는 걸 해 먹자”며 함께 장을 보러 갈 때도 있다. 자취하지 않는 애인은 이 때 적잖은 충격을 받곤 하는데, 생각보다 식재료와 생필품에 드는 돈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자취하는 애인 입장에선 사실 부담이 되지만, 이걸 얘기하기도 좀 그렇다. 이럴 때마다 가끔 ‘괜히 자취방을 오픈했나’ 하며 한숨을 쉴 뿐.

 

자취하는 애인을 둔 당신에게 필요한 에티켓 #6

 

늘 애인 집에서 신세 지고 있다면 함께 장을 보러 갔을 때 자신이 계산하자. 합의 하에 더치페이 하는 것도 좋다. 특히 혼자 살면 식재료, 쓰레기봉투, 휴지 등 생필품 구입 비용이 많이 들어가니 애인 집을 찾아갈 때 센스있게 이런 물품을 사서 채워주자.

 

 

마치며

사전 인터뷰에 응한 자취러들은 이런 고충들을 애인에게 말하기가 어렵다며 힘들어했다. 아마 읽고 난 사람 중엔 자취러로서 공감하는 이들도 있을 테고, 반대로 찔리는 사람도 있을 거다.

 

연인 사이는 세상에서 가장 돈독하고 편한 사이 같으면서도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게 되는 불편한 관계다. 상대에게 말 못 할 사소한 어려움마저 알아줄 수 있다면 훨씬 건강하고 돈독한 관계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자취러들 힘내세요!

 

Illustrator 백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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