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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의 신혼 여행, 어디서 찍은 거야?
WHERE | 2018.05.21 | 조회 605

날씨가 화창한 어느 오후, 한동안 바빠서 만나지 못했던 친구의 메시지가 왔다. 반가운 마음에 메시지를 서둘러 확인해보니 간단한 안부 인사와 함께, 곧이어 남녀가 행복하게 손을 잡고 웃고 있는 사진의 메시지가 등장했다. “두 인연이 하나의 열매를 맺고”, “두 사람이 하나의 이름으로”, “저희의 앞날을 축하해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문구가 가득한 모바일 청첩장이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인 달력을 넘기며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을지 살펴보면서 자연스럽게 그에게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결혼 축하해! 그럼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

요즘 현대인들에게 신혼여행은 아름다운 결혼식을 더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중요한 행사이다. 그렇기에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신혼여행 일정까지 꼼꼼하게 계획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50~60대 이상에게 신혼여행 일화를 물어보면 대부분 3박4일 동안 둘러본 제주도의 이곳저곳을 즐겁게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도깨비 도로의 신기한 광경, 돌하르방의 코를 만지며 예쁘고 건강한 아기가 나오길 빌었다는 내용도 꼭 등장한다.

 
1. 1992년 제주도 신혼여행에서 돌하르방의 코를 만지는 신혼부부 (김범식 기증 영상 중), 2. 1993년 제주도 신혼여행에서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노래를 부르는 신혼부부 (박점숙 기증 영상 중)

사실 우리나라에서 19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신혼여행이라는 결혼식의 부대행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는 신식 결혼식이 널리 퍼지기 전, 혼례를 마친 신부가 신랑 집으로 가는 신행新行의 관습과 남녀 두 개인보다는 집안 간 통합에 의례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혼여행은 국내외 사회적 흐름과 경제적 발전 상황에 많은 영향을 받아왔다. 1950년대까지는 도시에 거주하며 경제적 여유를 가진 중산층 이상만이 신혼여행이라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기에, 한때 신혼여행은 사치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이후 1960년대 초부터 국가 주도에 의하여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국민의 생활소득이 늘어나자 신혼여행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1961년 재건국민운동본부가 발표한 『의례규범儀禮規範』 시안 중, “신혼여행은 형편에 따라서 가도 좋다”라는 규정은 신혼여행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1. 1962년 진도-제주도-부산의 여정으로 이어진 신혼여행 중 제주도 서귀포에서의 신혼부부 (강신표 기증사진) 2. 1962년 진도-제주도-부산의 여정으로 이어진 신혼여행 중 부산 해운대에서의 신혼부부(강신표 기증사진)

1960~70년대의 신혼여행은 결혼식을 마치고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거나 호텔에서 1박을 하는 형태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이 무렵부터 서울의 남산은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에 사진을 찍는 대표적 명소로 자리 잡기도 하였다. 당시 인기 있던 신혼여행은 온천(아산 온양, 대전 유성, 창녕 부곡, 충주 수안보 등)에서 휴양을 즐기거나, 산(속리산, 지리산 등)에 머물다 오는 것이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표적 신혼여행지 제주도는 1960년대부터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1970년대까지도 제주도 신혼여행의 항공료와 호텔 숙박비는 일반적인 신혼부부가 엄두를 낼 수 없는 고가였다.

이후 1980년대 초부터 몇몇 여행사가 관광객을 단체로 모집하면서, 신혼여행지로 제주도가 큰 각광을 받기 시작하였다. 그 수요가 넘쳐나 제주도 신혼여행에 관한 모든 업무를 대행하는 전문업체가 생겨날 정도였다. 당시 여행사들은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제주도 왕복 항공료 인하, 관광버스와 항공기를 연계한 수송체제 마련, 제주도 내 호텔 가격 인하, 제주도 현지에서 사용 가능한 쿠폰 판매 등의 전략으로 많은 신혼부부 고객을 유치하였다. 
 

 
1. 1989년 단체 제주도 신혼여행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신혼부부들 (이미복 기증 영상 중) 2. 1992년 단체 제주도 신혼여행에서 물풍성 터뜨리기 게임을 즐기는 신혼부부들 (임미양 기증 영상 중)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로 인하여 1990년대 초부터는 제주도와 더불어 해외로도 신혼여행을 많이 떠나기 시작하였다. 초기에는 우리나라와 근접한 대표적 휴양지인 태국, 필리핀, 괌, 사이판 등 동남아시아와 남태평양이 인기 지역이었다. 이러한 추세는 1997년 IMF 사태로 인한 환율 급등으로 해외여행 경비 증가 및 사회적으로 해외여행을 자제하자는 분위기의 영향을 받아 해외보다는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가는 현상이 늘기도 하였다. 현재는 해외여행의 문턱이 낮아져 미주와 유럽 등 신혼여행지가 전 세계로 다양해지고 있다. 또한 이전처럼 여행사에만 의지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계획을 짜서 즐기는 자유여행의 방식을 선호하는 신혼부부가 많아지고 있다. 

반면 번잡하고 시끄러운 해외여행보다는 다시 국내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속속 늘고 있다. 남들과 똑같은 관광지, 비슷한 사진 포즈, 여행사의 정형화된 신혼여행이 아닌, 캠핑카를 둘만의 숙소로 삼아 국내 이곳저곳의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하는 신혼여행도 오늘날 또 하나의 모습이다.

신혼여행이 국내면 어떻고 해외면 어떠랴. 신혼여행은 소중한 두 인연이 부부가 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알린 후, 시작하는 첫 번째 큰 행사이다. 그렇기에 신혼여행은 시간이 지나서도 잊지 못할 즐거움과 추억을 선사한다. 오늘 저녁에는 가족끼리 서랍장에 오랫동안 꽂혀있던 신혼여행 앨범을 들춰보며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는 건 어떨까?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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