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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진이 말하는 결혼해서 좋은점!
달달 | 2018.05.23 | 조회 472
1화. 밤늦게 집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2017년 4월 30일 /
우리가 결혼을 했습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현지 시각 새벽 4시. 여긴 해가 빨리 뜨는지 창밖이 환하다. 공항 벤치에 기대앉아 발리행 비행기를 기다린다. 이른 아침의 공항은 환승하는 많은 이들로 분주했다. 지금 우리 누가 봐도 신혼여행 온 부부 같아 보이겠지?
내 어깨에 기대어 아내가 자고 있다. 좋다. 인생의 무게가 어깨 위로 살포시 느껴진다. 

이젠 혼자가 아니야.

불과 몇 시간 전,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축하를 받았던 일이 꿈만 같다. 순식간에 이곳으로 날아오고 나서야, 시간을 내어 식장을 찾아온 분들께 감사 인사를 잘 드린 걸까 걱정이 밀려온다. 음식은 잘 나갔을까. 지루하지 않고 즐거운 식이었을까.
지금껏 완벽히 준비된 무대에 올라가 쇼를 진행하기만 했었던 나. 기획과 연출 그리고 초대까지, 이 모든 일을 해내는 버거움을 이번에 제대로 느꼈다. 앞으로 결코 행사의 마이크를 허투루 잡진 못할 것 같다.
주례가 없는 독특한 형식을 흔쾌히 허락해주시고, 직접 축사까지 멋있게 소화해주신 두 아버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나를 ‘동화 속 왕자님’이라고 칭해주신 장인어른의 표현이 친구들 사이에선 ‘좋아요’와 ‘싫어요’가 무더기로 쏟아진 화제의 멘트가 되었다. 정작 난 긴장한 탓에 거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고개를 돌려 내 옆의 아내를 본다. 여기에 오기까지 수많은 일들을 이해해주고 또 힘이 되어준 사람.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사람. 우린 잘 살 수 있을까. 휴대전화를 켜니 공항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우리의 사진과 기사들이 보인다. 무서워서 차마 댓글은 못 보겠다.

2017년 5월 5일 / 
밤늦게 집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발리에서의 마지막날이다. 오전에 우리 결혼식 사진들이 기사화되어 경황이 하나도 없었다. 회사 홍보팀에서는 결혼식과 관련된 이런저런 사진들로 기사가 나가기보다는 하나의 사진으로 전체 보도자료를 통일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래서 하객분들께는 가급적 사진을 공유하지 않기를 부탁드렸다. 식이 끝난 뒤 정식 이미지를 셀렉하고 후작업 하며 홍보팀이 준비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아내가 많이 놀라고 또 속상해했다. 본인이야 그렇다지만 장인 장모님의 모습까지 그대로 공개가 되어 적잖이 당황한 모습. 나도 참 속이 상했다. 유포한 이는 내가 초대했던 하객이었다. 너무 미안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누굴 탓하기보다는 수습을 해야 했다. 부랴부랴 정식 이미지를 언론사에 보내고 인스타그램에도 올렸다.
 
평범하다고 생각해왔던 우리에게 주어진 관심의 무게가 느껴지는 시간을 보냈다.

산책할까?

기사의 노출이 잦거나 너무 관심을 즐기면 관종, 반대로 기사가 너무 없고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하면 무플 연예인. 우리는 결혼이라는 큰 사건 속에서 이 아슬아슬한 담장 위를 어떻게 지나가야 할지 고민이었다.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는 대중 앞에 무언가 소식을 알려야 하는 것은 살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작정 손을 잡고 바깥공기를 쐬었다.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가 마음을 달래주었다. 시간이 지나니, 그래도 이 모든 관심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아내도 그렇다고 말했다. 백사장에 나란히 같이 서서 그림자를 보며 함께 웃었다.

이렇게 밤늦게 집에 돌아갈 생각 없이 도란도란 술잔을 기울이며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시간. 이것이 허용된다는 것이 참 좋았다. 물에 반사된 조명이 아내의 탐스러운 볼에 아른거렸다.

“그래도 모든 관심은 너무나도 행복한 거 아니겠어?”
“맞아.”

매주 수요일 오상진의 
<당신과 함께라면 말이야>를 연재합니다.
다음화 
“이렇게 가족이 된다”


출처: 네이버포스트 ㅣ 달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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