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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영어 귀미테는 없으려나
영어란 | 2014.10.19 | 조회 1376

한번씩 읽어 보세요. 남 일 같지 않네요.ㅜㅠ


http://scienceon.hani.co.kr/202554?_ns=r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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렸을 때 차를 타면 멀미가 심했다. 차에서는 책을 읽는 것은 고사하고 옆사람과 이야기를 하기도 힘들었다. 그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며 잠만 청해야 했다. 해외학회도 딱 그렇다. 영어멀미 때문이다.


세계 곳곳의 연구자들이 모여 최신 연구에 대해 논하고 친목도 다지는 자리, 하지만 나에겐 논문 발표 땐 눈치코치로 대충 알아듣다가 발표가 끝나면 재빨리 숙소로 도망가는 자리다.


교수님은 늘 학회는 논문 발표 듣는 것보다 쉬는 시간 혹은 식사 시간에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신다. 그게 고스란히 인맥이 되고 인턴, 포닥(박사후과정)[1], 취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긴, 발표 동영상도 전부 인터넷에 올라오는 시대에, 발표만 들을 거면 뭐 하러 공중에 기름 뿌리면서 해외까지 온단 말인가.


학교 밖 사람들은 내가 굉장히 영어를 잘하는 줄 안다. 영어로 된 논문을 척척 읽어내니까. 학교에서 영어 강의도 많이 듣지 않느냐며, 정말 영어를 못 하는 게 아니라 겸손한 척하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


하지만 난, 외국인을 보면 1시간 전에 사랑니라도 뽑은 양 입이 굳어버리는 평범한 한국인일 뿐이다. 물론 국민학교 4학년 때 눈높이 영어를 시작했으니 (내 나이 31세, 내가 초등...아니 당시 ‘국민’학생 때는 영어가 중학생이나 되어야 정규 교과과정에 등장했다), 영어 공부를 시작한 지는 어언 21년째다. 하지만, 다들 알잖아? 영어가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그럼 영어 논문을 사전도 없이 읽어내는 건 뭐냐고? 공대생들이 전공 이야기를 할 때 ‘외계어’라며 손사래 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영어 논문에 쓰여 있는 것도 바로 그 ‘외계어’다. 공대생의 언어. 영어의 껍질을 둘러쓰고 있긴 하지만 문장 구조나 단어들도 다 거기서 거기다. 1년여만 고생하면 금세 익숙해진다. 하지만 논문 바깥의 진짜 영어들은 습득한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그러면 영어 강의는 어떻게 알아듣느냐고? 남들이 우리의 언어를 ‘외계어’라고 표현하듯, 우리는 교수님의 강의를 ‘외계어’라고 부른다. 한국어로 해도 못 알아듣는 내용이란 말이다. 실상은 프레젠테이션을 ‘읽고’ 교수님께서 흘려버리는 단어들 중 몇 개를 ‘주워서’ 주제어만 파악해 간다. 그리고 혼자 공부하는 것이지. 그러니 프레젠테이션도 안 해주는 외국인들의 말을 어떻게 알아듣겠느냔 말이다. 게다가 난 박사 4년차, 수업을 안 들은 지 3년이나 되었다.


오해할까봐 덧붙이자면, 일본에서도 노벨상이 나오고[2] 한국에서도 노벨(평화)상은 나오듯[3], 공대에서도 영어를 기막히게 잘하는 사람은 꽤 있다. 내가 그렇지 못할 뿐이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영어 잘한다는 오해를 받는 것까지 포함해서.



격적인 멀미는 입국심사장에서 시작된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에는 항공사와 상관없이 한국인 승무원이 꽤 많이 탑승하기 때문이다. 한국어로 안내방송도 나온다. 착륙 후에도 사람들과 화살표만 따라가면 영어를 안 쓰고도 입국심사장까지는 갈 수 있다. 그리고 입국심사장만 통과하면 영어를 ‘정말로’ 잘하는 준상이만 따라가면 된다. 보아하니 길영이도 영어를 잘 하더라. 보영이는 모르겠고. 하여간 네 명 중 한 명 이상 잘 하니까, 일단 안심이다. 어쨌거나 입국심사장만큼은 나 홀로 오롯이 버텨내야 한다. 예수가 황량한 사막에서 홀로 사탄에게 시험 받았던 것처럼[4], 나도 곧 이질적인 존재의 질문에 답을 해야만 미국에서의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는데, 보영이가 말을 건다.

 

 전보영(석2): 오빠, 입국 심사장에선 뭐 물어봐요?

 김정원(박4): 어? 아, 음, 왜 왔냐, 얼마나 있다 갈거냐, 뭐 그런 거 물어보지.

 전보영(석2): 아잇.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지.

 강준상(박4): 너 외국 나온 거 처음이랬나?

 전보영(석2): 네.

 강준상(박4): 그럼 내 바로 앞에 서. 그리고 정 못 알아듣겠으면 나한테 손짓을 해. 내가 가줄게.

 전보영(석2): 우와. 그래도 돼요?

 강준상(박4): 저기 봐. 저기도 어르신들이 영어 못 알아들으니까 다른 관광객이 통역해주잖아.

 전보영(석2): 아, 그러네.

 

나도 저런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현실은 나도 도와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래도 해외 학회만 벌써 4번째, 석사 2년차 후배들 앞인데, 도움을 요청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뭐. 가방 속의 학회 등록증이 잘 있나 확인해봤다. 말이 안 통하면 보여줄 심산으로 챙겨놓은 것이다.


한참을 기다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몸집 큰 흑인이 여권을 받아가서 컴퓨터에 뭔가를 입력하더니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드디어 질문을 시작한다.


 “...................... pupose ...... trave..?”
 

큰일 났다. 발음이 잘 안 들린다.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영어 공부를 안 한 지 너무 오래됐나…. 어쨌든, purpose에 travel이면 여행의 목적을 묻는 거겠지? 준비한 대답을 했다.


 “I will attend a conference.” (학회에 참석할 것입니다.)

 “Oh, ......... what con..................?”

 

무슨 학회인지 묻는 건가? 그렇겠지?

 “HPDC, it is related to computer science.” (HPDC라고, 컴퓨터과학과 관련한 것입니다.)

 “Are you ................. computer?”

 

컴퓨터 전공했냐는 거겠지 뭐.

 “Yes.” (네.)

 “How long .............................?”

 

뭐지? 아, 진짜 발음 안 좋네. 얼마나 있다 갈 건가를 묻을 타이밍이긴 하니까….

 “About a week.” (일주일쯤이요.)

 “When ..... you back .......................?”


어? 일주일 있다 간다니까? 언제 가는지는 왜 묻지? 잠깐, 날짜를 어떻게 말하더라… 날짜가 앞이고, 그 뒤에 달을 말하면 됐나? 6월이 June 맞지?

 “Twenty-third, June.” (6월 23일이요.)

 “................................................ Good bye.”

 “Good bye.”


마음 같아서는 감사하다고도, 수고하시라고도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인사말을 따라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 때야 깨달았다, 얼마나 있다 출국할 건지를 묻는 게 아니라, 학회가 얼마나 오래하는 거냐고 묻는 것이었으리라는 걸.


보영이도 도움을 받지 않고 통과했다. 대충 찍어서 응답했는데 다 넘어가줬다면서 좋아한다. 짐작컨대 나보단 많이 알아들은 것 같다.


까지 찾고 나니 현지 시간으로 밤 10시. 늦은 시간이지만 걱정할 것은 없었다. 준상이가 있으니까. 준상이가 택시를 잡고, 택시 기사에게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말하고, 도착해서 호텔 수속까지 도맡았다. 그 때마다 나는 살짝 뒤로 물러나 있었다. 준상이가 리더십이 있어서 먼저 나서는 것처럼.


방은 두 개였다. 원래 이인용 침대가 하나씩 있는 방인데, 방 하나에만 침대 하나를 추가해서 준상이랑 길영이랑 내가 묵기로 했다. 나머지 하나엔 보영이가 묵고.


미국에서의 첫 날이고 뭐고, 밤이 깊었으니 일단 잤다.



독이 시차를 이겼던 걸까? 비행기에서 잔 게 별로 신통치 않았던 탓일까? 깊은 잠은 아니지만 부족하지 않게 잤다. 옆을 보니 준상이랑 길영이는 벌써 일어나서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노트북을 붙들고 있다. 이미 샤워도 마친 것 같다. 하긴, 워낙 바른 생활을 하시던 분들이시니 시차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겠지. 나야, 늘 졸리면 자고, 깨면 일어나던 사람이고.

 

 김정원(박4): 벌써들 일어났어?

 강준상(박4): 너 진짜 잘 자더라. 나는 시차 땜에 못 자겠던데.

 김정원(박4): 비행기에서 제대로 못 자서 그랬나봐. 지금 몇 시야?

 강준상(박4): 7시 30분.

 김정원(박4): 너네 오늘 워크숍[5] 갈 거야?


학회 공식 일정은 이틀 뒤부터 시작이다. 그렇지만 오늘과 내일은 워크숍이 몇 개 열린다.

 

 강준상(박4): 난 꼼짝 않고 발표 연습해야지. 어딜 가겠냐.

 

맞다. 아무리 영어를 잘 하는 너지만, 많은 청중 앞에서 영어로 발표하려면 연습 많이 해야겠지. 사실 해외 학회에 올 수 있었던 것도 준상이의 논문 발표 때문이다. 교수님이 준상이가 발표를 하러 가는 김에, 몇 명 더 함께 가서 발표하는 것도 봐주고 학회도 잘 듣고 오라고 보내주신 거다. 엄밀히 따지면 길영이는 2저자[6]니까 같이 오는 게 당연하고, 나와 보영이만 공짜로(?) 온 거라고 볼 수 있다.


 전길영(석2): 저도 연구 과제 보고서도 있고, 조교 일도 있어서, 오늘 내일은 일만 해야 할 것 같아요.

 김정원(박4): 그래? 나만 할 일 없는 거야?

 강준상(박4): 야, 비싼 돈 들여 학회 왔으면 워크숍 듣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지. 니가 대표로 열심히 들어줘.

 

틀린 소리는 아니지만 뭔가 잘난 척 같다. 자격지심인가.


 전길영(석2): 방금 메시지 왔는데 보영이도 일어났대요.

 김정원(박4): 그래? 음, 8시 30분에 로비에서 보자고 해주라. 아, 너네도 가서 아침은 먹고 와야지?

 강준상(박4): 난 패스~

 전길영(석2): 전 갈래요. 이따 같이 나가요.

 

학회 참석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장소다. 전부 치킨치킨치킨[7] 거리는 발표야 알게 뭐람. 몇 달만 지나면 모두 잊는다. 기억에 남는 거라곤 어느 대륙을 거쳐서 학회에 갔는지, 학회 끝나고는 어느 관광명소를 돌아보고 왔는지 뿐이다.


장소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학회에서 제공하는 음식이다. 장소가 학회에 대한 장기기억을 담당한다면, 음식은 단기기억을 담당한다. 학회장에 앉아 있을 때의 기분을 결정한다.


아침부터 여러 종류의 빵과 시리얼, 카페인 짙은 커피가 부족하지 않게 계속 공급된다면 오전 발표를 들을 힘이 난다. 핵심은 커피다. 커피가 아니면 깨어 있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커피를 마셔도 오후 2~3시쯤엔 식곤증이 몰려오게 마련이다. 이 때 얼마나 단 꿈을 꾸며 졸 수 있느냐가 점심 식사로 판가름 난다. 조그맣게나마 칼질이라도 시켜주면 아이유[8]가 나와 금요일에 만나자고 할 것이고, 편의점에서 사왔을 듯한 샌드위치가 나온다면 이국주[9]가 나와 먹방을 찍을 것이다. 저녁 식사는 안 나오는 때가 많다. 그러면 해외 음식점의 비싼 물가를 체험하며 출장비 잔액 계산에 머리를 굴려야 한다. 하지만 저녁 식사가 제공된다면? 그 날은 세계맥주 해외로케를 가는 날이다.



행히 이번 학회 아침은 괜찮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계란후라이도 놓여 있다. 큰 빵에 계란을 끼우고 시리얼에 우유를 만 다음 양손에 들고 한 쪽 탁자에 자리를 잡았다.

 

 전보영(석2): 그걸 다 드시게요?

보영이는 조그만 빵 두어 조각과 커피 한 컵만 들고 왔다.

 

 김정원(박4): 먹고 더 먹을 건데…. 이 뱃살이 괜히 나온 게 아냐.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다. 결국 더 먹진 않고, 커피만 큰 컵으로 하나 받았다. 보영이랑 둘이서만 워크숍 장소에 가서 앉았다.


학회랑 비슷하게 워크숍도 1시간짜리 강연과 20~30분짜리 논문 발표들로 구성된다. 간단히 말해서 계속 수업 듣고 앉아 있는 거란 말이다. 졸음을 쫓으려 흡수한 카페인으로 각성된 탓에 안 그래도 지루한 수업만 더 지루하게 느껴졌다.


쉬는 시간, 보영이가 조그맣게 물어본다.


 전보영(석2): 그런데, 저 정도 연구도 논문이 되는 거예요?

 김정원(박4): 워크숍이잖아. 완성된 연구였으면 학회에 내겠지. 워크숍은 완전하지 않은 초기 결과라도 의미가 있으면 다 선정해줘.

 전보영(석2): 근데 우리 연구실에선 워크숍 논문 잘 안 쓰잖아요.

 김정원(박4): 워크숍 논문을 쓰면 발표 하러 와야 하잖아. 그게 돈이 얼만데, 비행기랑 워크숍 등록비랑 체류비랑 하면 몇 백만 원이야. 예전에 실적이 급하게 필요할 땐 쓴 적도 있었는데, 요즘엔 그럴 일이 잘 없었지.

 전보영(석2): 워크숍 논문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그 내용으로 석사 졸업하면 되잖아요.

 김정원(박4): 근데 또, 별 거 아니어 보이는 저런 논문 하나 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너도 봐봐. 지금 1년 반째 연구실에 있지만, 저렇게 정리할 만한 연구 결과는 없잖아.

 전보영(석2): 그렇긴 하네요.

 김정원(박4): 어차피 워크숍 논문 갖고 박사 졸업은 안 되겠지만, 나도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전보영(석2): 오빠, 힘내세요.

 김정원(박4): 크크크. 하루 이틀도 아닌데 뭐. 근데 넌 걱정하지 마. 석사 졸업은 어떻게든 다 해.

 전보영(석2): 정말, 제 때 할 수 있을까요?

 김정원(박4): 에이, 할 수 있다니까. 다 해, 다.

 

석사 과정 학생들은 믿기 힘들어하지만 모든 선배들이 해주는 말이 있는데, 바로 ‘석사 졸업은 어떻게든 다 해’이다. 아마 듣는 사람에겐 ‘다 잘 될 거야’라든가 ‘열심히만 하면 네 꿈을 이룰 수 있어’ 같은 말처럼 들릴 것이다. 위로는 되는데 약간 썩은 동아줄 잡는 느낌의 말들. 그런 말들은 일단 통계적으로 틀렸다. 하지만, 석사 졸업이 어떻게든 된다는 건 통계적으로 맞는 말이다. 석사 과정을 2년을 넘겨서 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석사 과정을 3년 이상 하고 계신 분들에게 심심한 유감과 함께 경의를 표한다.)


 

심시간이 되어서 다시 4명이 모였다. 안내된 곳으로 가니 종이박스에 담긴 도시락을 준다. 고급 샌드위치와 샐러드가 푸짐하게 들어 있다. 탄산음료도 기본으로 제공된다. 커피, 주스 등도 가장자리 테이블에 마련되어 있다.


음식은 나쁘지 않은데 문제는 식탁이 원탁이라는 것이다. 무려 6명씩 앉게 되어 있다. 우리가 4명이니, 두 자리가 빈다. 저 자리에 누가 와서 앉을지 모른다. 다시 멀미가 시작되려고 한다.


내가 보영이와 나란히 앉고 그 양쪽으로 준상이와 길영이를 배치하는 데 성공했다. 일단 모르는 외국인과 바로 옆자리에 앉는 일은 피할 수 있겠군.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자리가 거의 찼다. 이대로라면 우리 테이블도 꽉 차는 건 시간문제다. 휴.


결국, 두 외국인이 왔다. 둘 다 중년쯤으로 보인다. 이름표를 흘끗 보니 꽤 유명한 회사에서 온 사람들이다. 앉으면서 인사를 한다. 안 그래도 조그마해진 마음이 아예 점[10]이 되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hello”를 말하면서 그들이 부디 내성적인 성격의 사람이길 바랐다. 하지만 그럴 리가. 정말 외국인들은 내성적인 사람이 없더라. 뭐, 내가 그렇게 많이 만나본 건 아니지마는.


 외국인1: (모두를 쳐다보며) Are you Japanese? (일본 사람인가요?)

 

나는 순간 고개를 팍 숙이고 먹는 데 집중하는 척했다. 보영이도 입 열 생각은 없어 보였다. 길영이가 준상이를 쳐다본다. 역시 우리의 호프 준상이가 훌륭하게 응대한다.


 강준상(박4): We’re from South Korea. We’re graduate students of Dreaming University. (우리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꿈꾸는 대학교의 대학원생들입니다.)


준상이는 외국인들과 발표할 논문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더니, 한국 문화, 특히 싸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 회사에 인턴 자리가 있냐고도 물어봤다. 외국인들은 명함을 주면서 인턴 자리가 있는지는 논문 발표를 들어보고 나서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나는 내성적인 척 연기를 하면서 먹는 데만 집중했다. 그러면서도 천천히 먹는 걸 잊지 않았다. 먼저 다 먹어 버리고 나면 고개를 들어야만 할 것 같으니까. 제발 나를 지목해 말 걸지 않기만을 간절히 빌고 빌었다.


외국인들은 한국이나 일본 사람들은 학회에와도 자기들끼리만 노는 데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다. 학회에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를 보고도, 넷이서 같이 다니기보다는 둘둘이 따로 다니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까지 말한다.


누구는 몰라서 그러느냐고. 나도 이 사람 저 사람 인사하면서 외국인 친구도 만들고 싶다고. 논문 저자 목록에서만 봐왔던 대가들을 만나서 인사라도 하고 싶고, 예쁜 미국 아가씨에게 미국 매너를 빙자한 뽀뽀라도 받아보고 싶다고.


하지만, 지금은 멀미가 심하다. 책을 볼 수도 없고 옆 사람과 대화를 하기도 힘들다. 그저 가만히 있어야만 한다.


영어 귀미테[11]는 없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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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포닥: 포스트닥터(Post-Doctor)의 줄임말. 한국어로는 ‘박사 후 과정’이라고 한다. 박사 학위 취득 후에, 학교 연구실에 소속이 되어 연구하는 기간제 계약직을 가리키는 말이다. 박사 학위 취득 후에 연구를 마무리 짓기 위해 남아서 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학교(해외를 포함한)로 가서 새로운 연구 경험을 하는 경우도 많다.

[2] 서송희 기자, “노벨물리학상 나카무라 슈지 교수 “내가 국적을 바꾼 이유는…””, News1 -http://news1.kr/articles/?1897165

[3]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바 있다. 이후 노벨상 수여 시기의 신문기사 제목이 “한국엔 왜 노벨상이 없는가?” 에서 “한국엔 왜 과학 분야 노벨상이 없는가?” 로 바뀌었다.

[4] 성경 마태복음 4장 1~11절에 나오는 내용이다.

[5] 워크숍: 반나절 혹은 하루 정도로 짧게 열리는 학술 행사로, 논문 발표, 패널 토의 등으로 일반적인 학회와 비슷한 구성을 가진다. 독자적으로 열리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큰 규모의 학회가 열릴 때 처음 하루 이틀에 시간과 장소를 배정 받아 개최한다. 일부 워크숍은 독자적인 학회로 발전하기도 한다.

[6] 2저자(제2 저자): 여러 명이 함께 연구한 결과물을 논문으로 쓰는 경우, 공헌도가 높은 순으로 저자 이름을 기재한다. 제 2저자는 두 번째로 공헌도가 높은 저자라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제 1 저자가 절반 이상의 공헌을 한다. 컴퓨터 분야에서는, 특히 학교에서 낸 논문의 경우, 제 1저자만큼이나 마지막 저자도 중요하다. ‘내가 이 연구를 전체적으로 지휘했다’는 의미가 담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지도 교수가 마지막 저자가 된다. 여러 명의 교수가 참여한 경우에는 중심축을 담당한 교수가 마지막 저자가 된다.

[7] 치킨치킨치킨: 워싱턴 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의 Doug Zongker이 쓴 ‘Chicken Chicken Chicken: Chicken Chicken’이라는 논문이 있다. 논문들의 구성이 다 비슷비슷하고 내용은 전부 못 알아먹겠음을 풍자해서 쓴 것이다. 논문은 http://www.cs.washington.edu/orgs/student-affairs/gsc/offices/old/433/PoCSi43302/papers/dougz.pdf 여기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이 논문을 ‘발표’하는 충격적인 장면은 http://www.youtube.com/watch?v=yL_-1d9OSdk 에서 볼 수 있다. 특히 마지막 질문이 압권이다.

[8] 아이유: 정말 유명한 가수. 수많은 히트곡이 있지만 ‘금요일에 만나요’도 불렀다.

[9] 이국주: 2014년 가장 인기 있는 뚱뚱한 여자 개그맨이다. 식탐송으로 유명하다.http://www.youtube.com/watch?v=qVKz_ofXxNI

[10] 점: 수학적인 의미에서 ‘점’은 부피가 없다. 위치를 지정할 수 있을 뿐이다.

[11] 귀미테: 모 제약회사에 ‘키미테’라는 상품이 있다. 귓불 약간 뒤쪽, 구체적으로는 귀 뒤의 털이 없는 건조한 피부의 표면에 붙이고 있으면 멀미를 예방해주는 상품이다. 본문에 쓰면 대놓고 간접광고를 하는 것 같아서 약간 다르게 썼다. (사실은 원래 ‘귀미테’인 줄 알고 썼는데 검색해보니 아니었다. 충격 받았다. 나름 어릴 때 많이 써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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