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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안될 수도 있는 토익 수기
직장인 | 2004.09.14 | 조회 3602


8월 시험…별 기대 없이 점수를 확인했다.

집에서 샤워를 하려다 문득 9시가 된 것을 알았기에.

팟 5,6에서 짜증이 날 만큼 많이 틀린 시험이라 900점은 기대도 안 했기에

외려 담담한 마음으로 사이트에 접속을 했건만, 서버 과부하로 한 10분간

다운이 된 상태였다.  

조금 초초해지는 마음이었지만, 참을성 있게 점수를 확인했다.



L/C 495

R/C 420



900점이 넘는 기쁨은 이미 한차례 맛봐서인지 외려 마음은  담담한데,

도무지 420~470점 대로 널뛰기를 하고 있는 리딩 점수에 마음한구석이 답답하다.  

이번에 생각외로 너무나 잘나온 엘씨는 내점수가 아니라고 제껴 두기로 했다.

여전히 나는 핵커스 매일매일 L/C에서 조차 안 들리는 문장이 있고,

아침마다 풀어보는 세븐이라는 무료신문의 팟 5,6도 꽤나 고전할 때가 있다.



영어공부를 시작한 것은 내가 대학 때이다.

대학 진학 때까지는 영어랑 나랑 궁합이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고, 단지 3학년

이 되어서야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절실해졌던 것 같다.

내 경우는 회화학원을 다녔다.  학교 주변에 있던 SDA(일명 삼육어학원이라고 불리우는)

무교였기에 종교적인 거부감은 당연히 없었고, 수업시간에 비해 강의료가 싸다는 것이

큰 메리트였다.  듣기는 무작정 CNN으로 했다. 공강 시간이면 시청각실에서 CNN을

들었다.  정말 무모하게도 그냥 듣기만 했다.  남들은 6개월 하면 귀가 뚫린다던데

나는 1여년을 해도 안 뚫렸다.

여전히 화면을 쳐다보면서 산불이 나오면 아…불에 대한 이야기구나..예측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당연하다.  공부를 같이 해줬어야 했는데….

그냥 듣기만 하니 당연히 안 뚫린 거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활성화되어있던 시기가

아니어서 어떻게 공부하는 지 정말 몰랐던 것 같다.

1년을 공부하자 순전히 R/C실력으로만 750이 나왔다.

정말 답답했다.  그래도 CNN을 들었다.  CNN이 사실 표준영어에 가깝지는 않다.

특파원들은 다 현지 사람들임으로…각자의 고유한 억양의 영어라니.

특히 중동이나, 인도 사람들의 악센트는 정말 듣기 고약한 부분이 많다.



영어 학원에는 단지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

영어를 못하는 놈

나는 레벨이 올라가면서 점점 지진아 취급을 받고 있었다.

발음도 안 좋고, 게다가 리스닝이 안되니 시험에도 매번 누락이었다.

3단계에 이르러서는 fail(진급누락)도 많이 했다.

다들 챙피해서라도 그만두는 시기 꿋꿋하게 개념치 않고 그냥 다녔다.

여기서 무너지면 갈 데가 없다는 생각으로.



어느날 집에서 CNN을 들었다.

왠걸…누군가 또박 또박 말해주는 것 같은 거다..

오늘 앵커가 참 예쁘게 말을 잘하는 데…

그냥 그러고 넘어갔다.(나는 내가 영어를 듣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다음날 또 듣는데 또 귀에 착 와 닿는 거다.

물론 모르는 단어는 안 들린다.

그러나 전체적인 문장이 너무나 선명히 와 닿는 거다.



그러구서 리스닝이 바짝 올랐다.

토익을 치니까 800중반대 점수가 나왔다.

나로써는 믿을 수 없는 점수

당장 토익을 때려치웠다.

말하자면 그때까지 나는 토익을 공부한 적은 없다.

그저 영어회화를 공부했고, 문법을 공부하고, CNN을 들었을 뿐이다.

그때는 지금과 같은 수험서가 없었을 때이기도 하다.

유일한 수험서라면 ‘안박사토익’정도…

뭐 아무튼 그런 시절이었다.



그리고 취업을 했다.

토익의 토자도 필요 없는 곳에서 7년을 보냈다.



나이가 들어가면 직장생활에 한계를 느낀다.

뭔가를 시작해야 겠다는 마음으로 7년 만에 토익을 쳤다.

놀랍게도 여전히 800중반이 나왔다.

불안한 마음에 김대균 1000제를 하나 풀고 친 토익인데.



주변에 내 동료들은 입사 후 토익 점수의 추락을 많이 겪었는데

내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이유가 뭔가 생각해봤더니 내가 미련한 모습으로 토익이란

놈에게 접근했던 것이 원인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저렇게 공부해야 한다는 요령을 몰랐다는 것…

그래서 그냥 영어공부를 했을 뿐이라는 것…



요령도 좋다.

짧은 시간에 점수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때론 미련한 것도 그닥 나쁘지 만은 않은 것 같다.



토익을 토익으로써 공부하기 시작한지는 몇 개월 안되었다.

아무래도 오래 손을 놔서 문법 쪽이 까다롭게 느껴진다.

나이가 들어서인가 정리한 것도 다시 보면 너무 새롭기만 하고.

그래도 뭔가를 배운다는 것이 즐겁다.



이게 후기인지 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여기 들어오는 분들이 좀더 즐겁고

느긋하게 영어를 공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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