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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님보다 당혹스러웠던 경험~^^;
저두요~ | 2005.07.25 | 조회 2233


중학교 이후 영어와 의절하고 각종 모의고사와 97수능 때까지도 외국어 영역에선 50점대라곤



밟아보지 못하였더랬죠. 아 예외가 한 번 있었군요. 시간이 모자라 끝에 5문제 이상 찍고선



한문제 빼고 찍은게 다 맞아 기적 같은 56점..^^; 아직도 기억나네요.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2003년 3학년 2학기의 가을. 여태껏 원서 전공수업도 피해오며 영어와의 거리를 잘



유지해오던 제게 토익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정적이 되었죠. 제가 알기로 저희 학교가



삼품제다 뭐다 해서 처음으로 졸업요건으로 토익점수를 의무화했었거든요. 전공 학번에 따라



약간씩은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졸업을 위해선 필히 토익 700점을 맞아야만 했었죠.



사실 주변을 보건데 뭐 얼마 공부해서 어찌어찌하면 830까진 쉽다는 둥 영어와는 담쌓고



살아오던 제가 이 말을 믿은게 바보였죠. 주변 친구들 왈 첫시험은 보통 600대라나..



첫 토익을 치루기 위해 곱게 단장하고 원서에 필요한 사진을 찍던 그 날 저는 형의 방문



앞에 섰더랬죠. 그리고 크게 한번 심호흡을 하고 방문을 열었죠. 낡은 책꽂이 한켠 뽀얀



먼지가 뒤집어 쓴 그곳에 위풍도 당당히 가즈런히 선 책 두권. 그 이름도 위대한..



" 英語의 脈 ! "



들어는 보셨나요? 과거 본고사 시절 "성문종합영어"와 함께 지존의 자리를 놓고 다투던 바로



그 책, "영어의 맥(동사구문편, 품사구문편 2권 별책판)"  물론 인지도에선 성문시리즈에 못



미치지만 그 담긴뜻의 심오함엔 견줄것이 없다던.. 아! 예외가 하나 있군요. 전설로만 전해



내려온다던 비급 " 英語의 三爲一體 ! " 넋두리가 길어졌군요. 어쨌든요..



그 자리에 섰던 세월을 말해주는 듯한 두툭한 백설의 먼지를 털어내고 찬찬히 책을 살피던



순간 저는 등뒤로부터 느껴지는 기척에 화들짝 놀랐더랬죠.



"갑자기 영어책은 왜? 토익?"



형의 물음은 토익이란 단어 만큼이나 무겁게 저의 가슴을 짓눌러 왔죠..



"응..이번달에..볼려구..토..익.."



순간 형의 외침에 저는 둔기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미친녀석! 그 책으로 토익을 준비하냐!"



책상아래로 기어들어 갈듯 숙였다 나온 형의 손에 들린 책 한권



그리고 이어지는 충고의 한마디.



"영어책이라고 다 같을 순 없잖아. 토익시험이면 한권을 봐도 토익책을 봐야지! 자 받어"



제 방으로 돌아온 저는 책상에 앉아 그 한권의 책에서 시선을 뗄수가 없었습니다.



"이거로구나! 지가 전화번호부만은 하겠어? '안박사 토익'이라..그래!"







무난히 첫 시험을 치루었던 것에 비해 저의 첫 토익 점수는 너무도 잔인하였더랬습니다.



450점.. 이게 아니구나 싶었던 저는 폐단을 찾던 중 한 가지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맞습니다. 바로 문제는 정보의 부족! 저는 발품을 팔기로 결심하고 보는 친구 선배 가릴것



없이 토익정보를 사냥하러 다녔습니다. 마치 한 마리 굶주린 하이에나 처럼..



이렇게 보름 간 모아진 토익에 대한 정보는 정말이지 두번째 시험을 치루기까지 다 정리하여



내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방대한 양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뒤늦게



토익의 압박을 느껴오던 제 친구들은 토익에 관해서는 제 주변으로 모이기 시작하였죠.



자신있게 생애 두번째 토익을 치루고 어느덧 성적 발표일이 된 어느날 저는 조마조마 가슴



조리며 성적을 기다리며 조용히 컴퓨터 앞에 앉아있더군요.



성적 발표가 있은지 몇일 뒤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하던 친구와 저는 강의실 앞 복도에서



잡담을 나누며 기말고사의 압박을 토로하고 있던중이었더랬죠. 강의시간이 끝났는지



복도는 다음 강의실을 찾아 철새처럼 무리지어 이동하는 인파로 북적이던 때..



멀리서 헐레벌떡 뛰어오는 낯익은 친구 한 녀석의 예사롭지 않은 듯한 아니 흥분하여 격앙된



듯한 눈빛이 제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순간 왠지모를 불안과 엄습하는 불길의 공포감!



저도 예비군 4년차를 바라보던 그때 혼자 군대는 늦게가서 그 학기에 복학했던 예비군 0년



차 녀석이 사회 적응 덜되었던 차라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듯한 우렁찬 목소리였더랬죠..



그 녀석 曰  "야~! 너 이번에 토익 900 나왔다며! 미친! 진짜야!? 오~"



옆에 있던 녀석 曰  "누구한테 들었어? 지난번 꺼랑 두개 합쳐서 900이랬지~! 푸하하~"



너무 친한 친구들이었기에.. 그러나 들려오는 소리는 오직 "푸하하, 푸하하"



본의 아니게 들을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의 시선 속에서도 느껴지는 "푸하하, 푸하하"



아직도 이따금 그 강의실 앞 복도에 서면 잔잔히 들려오는 그날의 그 BGM..



"푸하하, 푸하하"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좀 머쓱하지만 실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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